My Way Your Way

요괴에 홀리어서

vol.2

요괴를 통해서 넓어지는 세계

다다 가쓰미, 도쿄

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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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연구가'라는 직함을 쓰고 있는 다다 가쓰미 씨. 요괴 연구는 요괴 그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어떤 것을 연구하고 있는지, 그 매력은 무엇인지를 다다 씨에게 들어 본다.


『소년 매거진』의 요괴 그림에 빨려 들다

요괴에 흥미를 갖게 된 출발점은, 유치원 때부터 읽고 있던 『소년 매거진』(고단샤)의 특집이었습니다. 그 특집에는 요괴뿐만 아니라 유령과 지옥의 무시무시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어요. 좋고 싫은 것을 떠나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무서운 그림을 지금은 안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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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꼬마의 괴기 화보』 (저자: 하쓰미 겐이치, 출판사: 세이겐샤, 2014년 발행)


그러면서 점점 생과 사의 경계는 무엇이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경계는 무엇인지, 또 내가 하는 선택이 옳은 것인지 등을 생각하게 되었고, 극락에 가려면 살아 있는 것을 죽이면 안 된다는 윤리관도 갖게 되었습니다. 본래 살아 있는 것들을 좋아해서 곤충채집도 많이 하곤 했습니다만, 나의 취미를 위해 생명을 뺏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만두었어요.그 후로 변형균이라는 단세포 원생동물에 빠져서 박물관에 다니기도 하고, 300가지쯤 되는 누름꽃을 만들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기상청에서 내고 있던 잡지인 『기상』을 매달 봤어요. 휴간이 된 2009년까지 구독했습니다. 요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에 흥미가 있었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술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었어요. 일을 하는 한편, 헤이안 시대(794~1185)에 편찬된 『엔기시키』 (延喜式, 헤이안 시대의 율령 세칙을 적은 법령집) 를 연구했는데, 시키나이샤(式内社)*가 언제 성립된 것인지 밝혀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시키나이샤는 고분시대(3~7세기경)의 전방후원분(앞쪽은 각이 지고 뒤쪽은 둥글게 되어 있는 고대의 무덤 양식)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알려져 왔는데, 그 무렵의 문헌이 없어요. 그 지방의 호족이나 씨족에 관해서 직접 가서 알아보고 싶었지만, 회사에 다니면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그때 마침 고서점에 귀중한 백귀야행(헤이안 시대의 수도인 헤이안쿄 밤거리를 돌아다닌다는 요괴들 이야기) 에마키(글과 함께 그림을 그려 가로로 길게 이어 붙인 회화 양식)가 나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내 손에 들어오면, 틀림없이 이쪽으로 잘 풀릴 거야." 싶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서점에 가서 구매 교섭을 했더니 제 손에 들어오더군요. 당시 20만 엔이었습니다. 지금은 요괴 고서가 인기가 있어서, 가격도 많이 올랐거니와 구하기도 어려울 거예요.

*『엔기시키』에 기록되어 있는 신사. 약 2900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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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때 구입한 백귀야행 에마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요괴 책과 괴담집을 10개월 동안에 200권 정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고대부터 메이지 시대까지 일본 요괴를 총망라하겠다는 목표로 『판타지의 주인공들-일본 편』을 썼지요. 그러고 나니,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 하는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요괴 연구란, 요괴의 '주변'을 연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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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연구는 요괴 그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요괴를 만들어 낸 그 '주변'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지요.

요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한테 어떤 위협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요괴의 소행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주 옛날에는 감기나 전염병이 귀신의 소행이라고 여겨졌어요. 말하자면 "귀신이 병원균 주머니를 가지고 돌아다닌다." 하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지진이나 쓰나미도 요괴의 짓이라 하고,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울 때도 요괴가 인간 사회에 숨어들어 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사람한테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요괴였던 것입니다. 반대로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신이 됩니다. 그런데 같은 귀신이라도 마음씨가 올바르고 나쁜 귀신을 물리치는, 그렇게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귀신이나 요괴도 있어서, 이들을 모시는 신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키타 현의 산키치오니는 술을 좋아하는 귀신인데, 술을 주면 장작을 패다 준다든지, 이런저런 일들을 도와준다든지 하거든요. 이렇게 되면 신에 가까운 거잖아요. 신과 요괴의 관계도 딱 나누어져 있는 게 아니고, 서로 겹쳐지는 부분도 있는 거지요.

요괴의 소행이라 여겨졌던 것 중에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야쓰시로에서 보이던 시라누이가 좋은 예이지요. 달이 없는 음력 초하룻날 밤 바닷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 100에서 200개 정도의 불빛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불빛에 가까이 가면 멀어져요. 이것의 정체를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학박사인 미야니시 미치카(1892~1962) 덕분에 신기루의 일종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리학자인 데라다 도라히코(1878~1935)도 요괴의 대부분을 자연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자연 현상, 생명체, 전설, 미신과 풍습, 당시의 생활양식, 먹는 것, 마시는 것, 이런저런 신 등, 여러 가지가 요괴 주변에 아메바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괴 그 자체로 압축해 버리면, 깊이 있는 연구가 안 됩니다. 요괴를 만들어 낸 주변을 살펴볼 때, 비로소 요괴가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하는 거지요. 그리고 이와 동시에 사회라든지 인간도 보이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화로 살아남은 일본의 요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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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도감』(저자: 교고쿠 나쓰히코ㆍ다다 가쓰미, 출판사: 고쿠쇼칸코카이, 2000년)에서

일본의 요괴에는 중국 괴담에 나오는 요괴가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이 많습니다. 에도 시대에 일본에서는 중국의 문헌을 적극적으로 읽었는데, 한문을 공부할 때 괴담을 즐겨 다루었던 것 같아요.

또 에도 시대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초 100자루를 켜 놓고 괴담을 들으면서 노는 '백물어(100가지 이야기)'가 유행했습니다. 괴담을 한 가지 들을 때마다 초를 꺼 나가는데, 100번째 이야기, 그러니까 100번째 초를 껐을 때 진짜 요괴가 나타난다는 놀이였어요. 백물어가 여기저기서 열리면서 늘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했던 이유도 있고 해서, 중국의 괴담이 점점 일본에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에는 요괴 이야기가 일본만큼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일본에 요괴가 많이 남아 있게 된 데에는, 요괴가 캐릭터화되면서 보통사람들한테 친근하게 여겨져 왔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에도 시대에 요괴 삽화가 풍부하게 실려 있는 괴담집인 『회본백물어』가 나왔습니다. 그 삽화를 참고한 미즈키 시게루 선생은, 이를 『게게게의 기타로』에서 만화화하여 '누리카베(길을 가로막으며 나타나는 벽 모양의 요괴)'라든지 '잇탄모멘(약 1필 길이의 기다란 흰 목면 천 요괴)'처럼 친근한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게게게의 기타로』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수없이 방영되고 있고, 『요괴대전쟁』 같은 영화에도 계속해서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캐릭터화가 점점 진행되면서 그 형태에 얽매이는 바람에, 본래의 모습이나 현상을 알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즈키아라이'라는 요괴가 있는데, '강에서 팥을 씻고 있는 노인 비슷한 요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그런데 실제로는 다듬이벌레라고 하는 진드기만큼 작은 곤충이 있는데, 곰팡이가 생기면 그것을 먹으려고 수천 마리씩 번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게 소리를 내요. 다도에서 차를 끓일 때, 샤샤샤 하는 것 같은 그런 소리지요. 본래 모습이나 형태를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요괴가 생겨났던 것이라고 생각할 때, '아즈키아라이'라는 요괴는 그 벌레가 내는 소리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요괴가 캐릭터화되어 왔다는 것이 좋다 나쁘다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가 하는 것을 살피는 것도 요괴 연구에는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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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에 유행한 요괴 가루타(일본의 전통 카드놀이) 중에서 좋아하는 카드를 들고. 1998년에 고쿠쇼칸코카이 에서 복원된 것이 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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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를 통해서 세계를 배운다, 자신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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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의 연구 주제는 노(일본의 전통 가면극)입니다. 노의 요곡(노의 대본이나 노래)에는 유령이나 요괴와 관련된 내용이 자주 나옵니다. 쓰치구모(커다란 거미 모습을 한 요괴)라든지 누에(머리는 원숭이, 꼬리는 뱀, 다리는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요괴) 같은 유명한 요괴가 등장하지요. 노의 무대에서는 연출이나 각색이 더해지곤 하는데, 노에 나온 요괴가 더 유명해지면서 본래 전승되던 내용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500년 전과 지금, 이야기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져 버린 것도 있지요. 어느 시점에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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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곡집의 차례. 요괴와 관계가 있는 것에는 표시가 되어 있다. 『요곡대감』(저자: 사나리 겐타로, 출판사: 메이지쇼인, 쇼와 6년 출판)

노 이전에는, 에도 시대 초기에 요괴들을 많이 창작해서 그린 도리야마 세키엔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도리야마가 그린 '세토타이쇼'라는 요괴가 삼국지의 조조하고 관우와 관계가 있어서 삼국지를 조사하다 보니 10년이 흘렀어요. 그 정도로 조사하지 않으면, 요괴의 전모를 알 수가 없거든요.

요괴 연구가 재미있는 것은, 요괴를 통해서 전혀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조사를 해 나가다 보면 그것이 노였다가, 그림이었다가, 여러 다양한 것들로 연결되어 갑니다. 요괴 연구는 다양한 분야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연구를 해도 해도 끝이 없네요. 제 관심은 오만 가지 분야에 걸쳐져 있습니다만, '요괴'가 제 다양한 연구의 중심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요괴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을 아는 것, 세계를 아는 것, 그리하여 결국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인터뷰: 2015년 8월

구성: 야마기시 하야세(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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