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ay Your Way

말의 힘

vol.2

시로 마음을 전하다

료타(중학교 3학년, 15세, 후쿠시마 현 거주)

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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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고, 후쿠시마에서는 게다가 원자력 발전소 사고까지 일어났다. 방사선을 뒤집어쓴 농작물은 폐기되었고, 방사선에 오염된 땅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도리 없이 피난을 해야 했다. 대지진 이후 10개월이 지난 2012년 1월, 후쿠시마에 사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 창작 워크숍 「시의 서당」*이 1년 만에 개최되었다. 주제는 「후쿠시마를 향한 우리의 마음을 전하자.」였다. 참가자 30명은 「후쿠시마」를 다시 바라보며, 지금 느껴지는 마음을 시로 나타냈다. 그 가운데 하나였던 료타 군은 『후쿠시마에게』라는 제목으로 시를 지었다.
료타 군은 다시 반년이 지나 7월 말에 열린 여름의 「시의 서당」에도 참가했다. 주제는 「나답게 살아가기」.
료타 군은 무슨 생각을, 어떤 마음을 시에 담았을까?

* 후쿠시마 현이 주최하는 「시의 서당」은 후쿠시마 현에 살고 있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1년에 여름과 겨울 두 차례, 1박 2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2011년 여름에는 지진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관계로 중지되었으나, 겨울 워크숍은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에게 표현의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강한 의지에 따라 개최되었다. 참가자들은 매회 정해진 주제에 따라 다이코(일본의 전통 큰북) 연주나 춤 공연 등을 감상하고 체험하면서 상상력을 펼쳐 시를 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발표회에서 각자 자기가 쓴 시를 낭독한다.


후쿠시마에게

후쿠시마가 걱정입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을 굉장히 알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압니까?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당신은 지금, 무엇을 전하고 싶습니까?
당신은 지금, 무엇을 묻고 싶습니까?
당신은, 슬픈 마음을 압니까?
당신은, 즐거운 마음을 압니까?
당신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사람을 좋아합니까?
당신은, 사랑을 해 본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실연을 해 본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울어 본 적이 있습니까?
나는, 슬픈 마음, 즐거운 마음을 압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나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나는, 실연을 해 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왜냐면 아직 고백하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울어 본 적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당신의 대답이 듣고 싶습니다.

이 시는 2012년 1월의 「시의 서당」 때 썼습니다. 1년 전에 지진(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죠.

「후쿠시마에게」라고 한 것은 후쿠시마 현 그 자체에게 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현민인 우리는 후쿠시마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말을 걸 방법이 없지요. 지진 후에 원전 문제가 발생했는데, 후쿠시마 현 자체, 건물과 땅, 나무들, 후쿠시마에 있는 모든 것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후쿠시마의 바닷가 쪽에 원전이 있습니다.
원전이 세워졌을 당시에는 모두가 기뻐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부터 생활에 경제적인 여유가 생길 거라는 이유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 「여유」라는 것에는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는 이와 같은 지진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온통 방사성 물질로 뒤덮여, 여유는커녕 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릴 거라고는 말이죠.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 땅에서 사람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남겨지는 것은 건물이나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뿐. 후쿠시마가 점점 없어져 가고 있다는, 부흥과는 정반대로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물체는 말을 할 수 없잖아요. 우리가 상상할 수밖에 없죠. 실제로 물체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좀 바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땅」이 어떻게 해 주기 바라는지를 들을 수 있다면, 뭐든지 다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땅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당한 것은 인간의 탓입니다. 이번 재해가 천재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인재의 측면도 컸다고 생각해요. 지진이 일어났더라도 원전이 없었다면 방사선으로 땅이 오염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인간의 탓이라고 한다면, 저도 인간이고 거의 모든 사람이 관련이 됩니다. 땅 자체는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니고, 땅은 땅의 것이죠. 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응답을 해 줄 거라는 신뢰를 사람에게 품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므로 일본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이상, 자기가 살고 있는 땅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놀고 싶으면 놀고 어지르고 싶으면 어지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질렀으면 치운다고 하는 그런 게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이 없다면, 다들 부흥을 이야기하고는 있어도 앞으로 정말 부흥이 가능할지 의문스럽습니다.

땅과 건물들을 향한 마음

「후쿠시마를 향한 우리의 마음을 전하자.」라는 주제로 쓴 모두의 시를 들으며, 다들 후쿠시마를 걱정하고 있고 뭔가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모두의 시는 후쿠시마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격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간이 다냐?」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살아도 좋다고 허락을 받은 거라고요, 인간은, 땅한테요. 같은 인간들끼리뿐만이 아니라 건물과 땅 걱정도 해야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부흥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어른들이 후쿠시마의 땅과 건물들의 마음을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저희들의 의견도 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요. 제 의견을 이야기한다고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후쿠시마에서 힘들게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손잡고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후쿠시마」를 주제로 시를 씀으로써 후쿠시마를 똑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의 서당」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현실에서 도망을 치고 있었다면 어머니나 주변 어른들한테 똑바로 보라는 말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를 쓰면서, 후쿠시마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손잡고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mwyw_ryota-9486.jpg시에는 계속 관심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 무렵부터 친구와 둘이 「소년 시인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시를 짓곤 했었어요. 학교는 서로 달랐는데, 부모님들이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는 NPO에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꼴로 만나고 있었죠.

만나면 그 자리에서 시제를 정해 각자 시를 쓰기도 하고 함께 연시를 쓰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연시는 제가 조금 쓰면 이어서 친구가 쓰고 다음엔 또 제가 쓰는 식으로, 교대로 써 나가는 거예요. 저랑 친구는 쓰는 시의 유형이 달랐는데, 그게 꽤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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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것의 의미

저에게 씨를 쓴다고 하는 것은, 저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무엇을 바라는지 등을 전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말로 써 보면 나름대로 정리가 되니까, 그런 것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입으로 말하면 잘 설명할 수 없어도 글자로 쓰면 천천히 생각하게 되니까, 이것을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면 모두에게 잘 전달될지도 모르겠다 하게 되는, 그런 거죠. 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유용한 수단입니다. 작문이나 긴 문장보다도, 저한테는 길이와 내용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가 편해요.

「시의 서당」에서는 자기의 마음속을 이야기할 수가 있습니다. 참가자들끼리 시를 통해 서로의 생각이나 마음을 알게 되니까 말해도 된다 싶어지는 거죠. 그래서 「시의 서당」에서 만난 친구들이 참 좋습니다. 학교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지만, 학교 친구하고는 또 뭔가 다르더라고요. 물론 각각 다 좋은 점이 있죠.

시를 쓸 때, 저는 대부분 처음에 제목을 정합니다. 거기서부터 이미지를 확장해 나가면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죠.

2012년 7월에 참가했던 「시의 서당」 때는, 「나답게 살아가기」를 주제로 『시간의 흐름』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습니다. 워크숍 중에 가라사와 마사에 님의 춤 공연을 봤어요. 가라사와 님은 장소를 바꿔 가면서 서로 유형이 다른 4가지의 춤*을 보여 주었습니다. 건물 안에서 널따란 마당으로 무대가 옮겨 갔어요. 춤의 마지막에는 하얀 천을 펄럭거리며 막 뛰어다니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저한테는 그것이 시공을 뛰어넘어 마구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였어요. 거기서 「시간의 흐름」이라는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그걸로 나다움이라는 것을 표현해 보자고 생각했죠.

시간을 흘러갑니다. 지금 이러고 있는 시간도 돌아올 수 없는 거죠. 원전 이야기를 하자면, 이제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은 이제 시작된 게 아니라 원전을 지었던 그때 시작됐어요. 뭔가를 시작할 때는 나중에 생길 리스크를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 가라사와 마사에는 현대무용가이다. 도쿄 여자체육대학 비상근 강사이기도 하다. 「시의 서당」 때는 4가지의 서로 다른 유형의 춤을 네 곳(도서관 서가와 서가 사이의 좁은 통로, 대나무와 바위가 있는 도서관 중정, 건물 밖의 작은 개울, 넓은 잔디밭)에서 추어 보였다.

앞으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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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목조 건물에 있으면, 나무의 따뜻함이 전해져 와서 그런지 굉장히 편안해요. 아무튼 나무 만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무가 좋아요. 그래서 더더욱 후쿠시마의 건물이나 나무들, 땅이 걱정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의 흐름

시간,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란, 때로는 잔혹한 것.
시간이란, 때로는 덧없는 것.
시간이란, 때로는 이리저리 변화한다.
시간은 우주가 생겼을 때, 아니 시간이 언제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간은 흐르고 그저 다만 흐르기만 할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간을 멈추고 싶었을 때가 있겠지.
나도 사실 그랬다.
그러나, 시간이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비록 눈앞에서 사람이 사라지거나
자기가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쓰나미가 와 건물이 쓸려 가도, 지진으로 집이 무너질 것 같아도,
대지가 갈라질 것 같아도, 원전이 무너져도,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
그러나 시간에는 괴로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여러 가지를 준다.
시간이란, 때로는 행복을 준다.
시간이란, 때로는 용기를 준다.
시간이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지 않는 용기를 주는 때가 있다.
시간은, 영원히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언젠가는 없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사라졌을 때, 이 지구라는 별에서 생명이 사라졌을 때,
그러나, 그것은 먼 나중의 이야기. 그래도 그때의 지구를 보고 싶은 거다.
그리고, 그때쯤 지구는, 아주 많이 나이가 들어 있겠지.
그것은, 아마도 시간의 흐름 탓.
시간은, 그저 다만 흘러갈 뿐, 어떤 일이 있더라도 멈출 수가 없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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