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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를 만들어라!

vol.3

[번외편] '성지'에 가자!

노세 와타리, 후쿠오카 현 오노구치 다이치, 후쿠오카 현

2016.07.07

noseono_seichi_201606 (5).jpg몬노세 씨(오른쪽)와 오노구치 씨

©Nakasai Chiya

2014년에 대학에 들어와 애니메이션 연구회를 만든 노세 씨와 작년에 입학해 곧바로 연구회 회원이 된 오노구치 씨가 애니메이션과 '성지' 순례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성지 순례의 매력

Q: 작년 학교 축제 때 애니메이션 연구회가 '성지'에 대해 발표를 했는데요. 어디에 갔었습니까? 그 전에도 '성지' 순례를 한 적이 있나요?

노세: 작년에 애니메이션 연구회 회원 9명이 TV 애니메이션인 「울려라! 유포니움」의 무대인 교토의 우지에 갔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첫 번째 성지 순례였어요.

오노구치: 저는 고등학교 때 친구하고 둘이 「다마유라」(사토 준이치 감독)의 무대인 히로시마 현 다케하라에 간 게 처음이었습니다. 후쿠오카에서 아침 첫 기차로 출발하면 점심 무렵에 다케하라에 도착하니까 가기가 쉬웠지요. 그 다음에 고등학교 졸업여행으로, 친구 6명과 JR의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 도쿄, 사이타마에 갔었습니다. 목적지는 많은 애니메이션의 무대로 등장하는 아키하바라하고, 화제가 되었던 작품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지치부 등이었어요.

원래 저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기차를 좋아해서 기차를 타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그런데 이왕 가는 거면 '성지'에 가자 이렇게 된 거지요.

*청춘 18 티켓: 신칸센, 특급, 급행을 제외한 JR 열차를 하루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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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asai Chiya

Q: 성지 순례의 매력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노세: 애니메이션에 나온 것과 똑같은 풍경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그 작품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맛본다거나 작품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는 부분이지요. 그리고 평소에 갈 일이 없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에요. 예를 들면 교토 중심지에는 가도 우지에는 좀처럼 갈 일이 없잖아요. 실제로 가 보니 굉장히 좋은 곳이었거든요.

애니메이션 효과로 지역 경제 활성화

Q: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된 곳이 어디인지는 어떻게 조사합니까? 스스로 찾아보고 그러나요?

노세: 이미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이 정리해 놓은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지자체가 소개하는 정보라든지.

오노구치: 스스로 찾는 즐거움이라는 것도 있지만, 현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도 많잖아요. 어디까지 자기 스스로 찾고 어디서부터 다른 사람의 정보에 의지해야 하는지가 참 어려워요. 지자체가 올려놓은 곳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것도 장단점이 있어요. 오아라이나 다케하라처럼 잘 성공해서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도 있으나, 실패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노세: 저는 지자체와 애니메이션 성지가 긴밀히 연결되는 것에 찬성하는 편이에요. 지자체가 여러 가지로 안내를 해 주면 초심자도 가기 쉽고요. 게다가 애니메이션 효과로 그 지역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니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사이나 간토 지방에는 성황을 이루는 곳이 꽤 있지만, 규슈에는 별로 없어요. 규슈를 무대로 한 작품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네요.

오노구치: 자기가 잘 아는 지역이 무대로 나오면 기분이 좋잖아요. 저희 집 근처도 실은 「스케치북 full collor's」라는 작품의 무대로 나오는데, 오늘도 지나왔거든요. 그런데 성지 순례의 열기가 정말로 달아오르기 위한 조건은, 그 애니메이션이 뜨거운 인기를 얻는 것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다양한 시각을 알게 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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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asai Chiya

Q: 애초에 애니메이션 연구회를 만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노세: 학교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고등학교 때는 별로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애니메이션도 보고 서로 감상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했어요. 대학에 입학한 해 7월쯤에 친구하고 둘이 만들었지요. 2년째가 될 무렵에는 회원이 7명이나 늘어나, 비로소 연구회다운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애니메이션 연구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노세: 매주 하는 활동으로는, 각자 노트북을 갖고 와서 자기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 감상을 공유한다든지 하고 있습니다. 강의실 스크린을 이용해서 다 함께 같은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있어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계기로,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던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좋아하게 되는 일도 있어요. 저의 경우에 로봇 애니메이션이 그랬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보다 보면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데,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지요.

오노구치: 같은 작품을 보고 나서, 재미있다는 의견과 별 볼일 없다는 의견을 나란히 놓고 보면 새로운 관점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는 어떤 장면이나 등장인물에 담겨 있는 의미나 의도를 찾고 생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좋아해서 자주 들어가 봅니다. 딱 한 순간 비치는 장면에 여러 의도가 담겨 있는 경우도 있어요. 이것이 애니메이션의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와 달리 전부 만들어 내는 거니까 그런 게 가능한 거겠지요.

노세: 사용되는 음악에서도 그런 것을 느낍니다. 예를 들면 「에반게리온」(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주인공이 싸우는 장면에 「오늘은 안녕」, 「365 걸음 행진곡」, 「날개를 주세요」와 같은 정겨운 곡이 쓰이고 있어요. 전투를 떠올리게 하는 멋있는 음악이 아니라 반대 이미지의 음악을 사용하고 있어서, 여기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지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 보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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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asai Chiya

Q: 언제 어떤 애니메이션을 보고 빠져들게 되었습니까?

노세: 중학교 때 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나이가 저와 비슷하고, 사춘기 때 겪는 갈등과 고민이 그려져 있어서 곧바로 감정이입이 되었지요. 그때까지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도라에몽이나 포켓몬스터와 같이 어린이용이라는 인상만 갖고 있었는데, 그냥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오노구치: 저도 중학교 때 같은 「에반게리온」으로 애니메이션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다음에 「동쪽의 에덴」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 있어요. 사회성 강한 애니메이션으로, 의료 문제나 노인 간병 등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에 만연한 불안감 같은 것을 그려 내고 있거든요. 해피엔딩도 없고요. 내용에 깊이가 있고 생각을 하게 만들지요.

노세: 저도 기본적으로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데,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보아 오면서 즐거운 애니메이션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동아리 활동을 다룬 애니메이션요. 예를 들면 「케이온!」이라든지 「울려라! 유포니움」 같은.

케이온!
http://www.tbs.co.jp/anime/k-on/

울려라! 유포니움
http://anime-eupho.com/

Q: 동아리 활동을 다룬 애니메이션을 좋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신의 경험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나요?

노세: 저 자신은 동아리를 하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보면서 대리 체험을 한다고 할까, 실제로 똑같이 해 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예를 들면 「케이온!」을 보고 기타를 쳐 본다든지.......
학교에서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거지요. 같은 친구들끼리 어울려 뭔가를 한다는....... 그리고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 시각이 제각각이잖아요. 그러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시야가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노구치: 저는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 모두 친구들과 애니메이션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어요. 그래도 동아리에서 뭔가 해 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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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courtesy of Nose Watari

애니메이션은 의사소통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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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courtesy of Nose Watari

Q: 애니메이션 연구회를 만든 거라든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주변의 시선은 어떤가요?

노세: 솔직히 다들 뭐라고 하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면서 "동아리 만들었구나. 대단하다." 하는 반응이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세상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 뉴스에서 범인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특별히 거론하지 않으면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일 때는 그걸 강조한다든지.......

오노구치: 맞아, 맞아, 맞아. 비난이 이상한 데로 간다고요.
최근에 '성지' 순례가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는데, 아주 잘 생각해 보면 새로운 게 아니에요. 한국 드라마인 「겨울연가」 때문에 일본에서 엄청난 팬들이 한국으로 몰려간 적이 있잖아요. 그것도 성지 순례거든요. 더 예전 영화로 말하자면 「로마의 휴일」 역시 그 무대였던 곳이 관광지가 되지 않았습니까? 다만 다른 점이라면, 애니메이션은 가공의 무대에서 일어나는 가공의 이야기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무대가 실재한다는 사실과 간극이 있어서,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세: '오타쿠'라는 것이 아직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잖아요.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어요. 아르바이트 하는 데서 같이 일하던 사람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애니메이션 음악이었는데. 그래서 말을 걸었다가 친해졌거든요. 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이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해요. 그러니까 이상한 편견을 갖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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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asai Chiya


일본국제문화교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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